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오케스트라를 좋아했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 협주곡은 고도의 협업 예술이다.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화롭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일순에 무너진다. 또 협주곡은 협업이기도 하면서 플레이 메이커의 리드가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조화가 중요하면서, 주인공도...
“피트한테 차였어. 나 이제 어떡하지?” 보기 드물게 시무룩한 얼굴을 한 톰 카잔스키가 말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다른 사람 만나면 되지.” 나는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애인한테 차였다는데 별 감상이 들지 않았다. 보통은 ‘내게도 혹시 기회가?’ 같은 생각으로 들뜨기도 한다던데 나는 그냥 덤덤했다. 오랜 짝사랑의 여파일까? 그보다는 객...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에 폭력의 흔적을 기입하지 말라는 그 말을, 나는 굴곡을 은폐하기 위해 실천했다. 고유성은 저주다. 나는 나를 표백하길 원했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누군가 제발 나에게 ID 카드를 발급해주길 바랐다. 번호와 코드로 기록될 수 있는 ‘유형’이 되고 싶었다, ‘th...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먼저 반한 건 피터가 아니라 나였다. 어렸을 적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많았다. 길고양이는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동네 아이들은 고양이가 나타나면 돌멩이를 던지기 일쑤였고 어른들은 마당을 쓸던 싸리 빗자루를 휘둘렀다. 피터는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주던 애였다. 내 방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면 이...
“하….” 나는 완벽하게 쾌청한 캘리포니아의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이사 온 후로 한숨이 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이 동네의 ‘깍쟁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신경 줄은 나날이 닳아가고 있었다. 나의 남편은 IT산업의 부상과 함께 탄생한 ‘신흥 부자’였다. 실리콘밸리 한켠에 자리 잡은 남편의 벤...
사람들은 나와 백호의 역사를 중학교 때부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사실 걔를 그보다는 더 오래 알았다. 나는 걔가 ‘보아 머리’를 했을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그러니 나는 적어도 걔를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다는 거다. 우리는 동인천에서 함께 자랐다. 백호의 어머니는 주안역에서 미용실을 하셨고 나의 아버지도 주안 공단에서 일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진 않았지...
Pull the trigger 매브아이스 포스타입 온라인 온리전 Kazan sky is yours #매브꽁꽁 First 톰 카잔스키의 아버지는 그처럼 해군 제독이었다. 그의 아버지 미스터 카잔스키(당시는 톰 카잔스키의 부친이 ‘미스터 카잔스키’이고 그가 ‘영 카잔스키’였다)는 한국전 참전자로서 ‘정의로운 미 해군’의 일원이라는 것을 평생 영예로 여겼다...
“한 대상의 개념을 형성하는 목적보다 규모가 크게 되면 그 대상은 기괴한monstrous 것이 된다.” - 칸트, 「숭고의 분석론」 “괴물은 그 사회와 문화가 억압하고 있는 자질이 표현된 것이다.” - 백문임, 「월하의 여곡성」 할 일 없는 현대의 백수 정운은 오늘도 조치현의 집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엊그제 뒷집 할머님이 챙겨주신 홍시가 잘 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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